[EM VI] 청년작가 교류전 소개 및 연구_과거의 기록

[EM VI] 청년작가 교류전 작가소개 및 연구_ 작품을 만든다는 것

박선양 / 사남 나라야난 / 이혜윤 / 비. 애쯔. 로깨스 / 두르바지드 샬마


청년작가란 과연 어떤 이들을 뜻하는 것일까요? 그 단어의 어원을 생각해보기 이전에 우리가 그동안 바라보았던 예술이 무엇인지 떠올려봅니다. 끝없는 역사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거장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많은 것들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 손가락을 마주하려던 창조주와 아담,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이제 TV광고에서 살아 움직이고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고흐의 얼굴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이들에게도 청년 시기는 있었을 것이며 그 모든 순간이 다 순탄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들의 그 모든 업적들은 어쩌면 청년의 시기,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찾아내는 시도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고, 반대로 그렇게 선구자가 되는 모든 과정을 당대의 사람들이 온전히 다 이해하지는 못했을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어떤 고통의 시간들이 온전히 청년 세대만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말할 것도 없이 고흐는 고독한 삶 안에 스스로를 가두었으며, 미켈란젤로나 다빈치 또한 후원가문과 사회 분위기에 갈등하며 인정받지 못한 시도들도 무수히 많았습니다.

본 인도박물관과 참여 큐레이터들은 그런 과정에 있어 청년 세대가 가진 시선과 시도를 중요시 여깁니다. 그래서 저희는 작품에 어떤 평가를 내리기 전, 그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시선과 입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봅니다. 어떤 창작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들은 결코 쉽지 않으며 또한 세상의 잣대에서 자신의 의도와 결과가 다를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보았을 때, 먼 미래에 대한 기대치보다 지금 당장의 치열함을 관객들에게 제시하고 싶습니다.

다시, 현대 사회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대가들의 마스터피스(Masterpiece)들과 상생하며 완성된 이야기, 업적들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러한 시대에서 본 교류전은 익숙함보다 새로움, 과거보다 지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 순간, 그리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관점을 청년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느껴볼 수 있습니다.


part4. 과거의 기록

역사적으로 많은 문화예술품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인간이 창작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전반적으로, 주로 일어난 사건과 경험을 통해 그것을 함축적인 메시지로 전달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우리에게 친숙한 마르크 샤갈의 경우 러시아 혁명과 세계대전 등을 거치며 겪었던 고난과 고통이 그의 작품에 묻어나오고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의 참상에서 모티브를 딴 것처럼, 많은 예술가들은 그들이 겪었던 사회적, 개인적 경험들을 이야기로 엮어냅니다.

본 교류전의 참여작가들 역시 대다수가 과거의 어떤 경험들에 의거하여 창작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개인의 아련한 기억으로부터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인 목소리까지 방대하며 결국 그러한 이야기가 한 폭의 그림 위로 떠오르면서 시각적인 형태를 가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은 일종의 기록이라는 맥락을 띄게 되는데, 단순히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기록화 뿐만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방식으로 이야기들이 형태를 띄었을 때 비로소 각자의 역사로서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박선양_ 엄마와 동생의 겨울 / 동생의 봄

72 x 91cm, 장지에 채색 (Color on hanji), 2014 / 61 x 72cm, 장지에 채색 (Color on hanji), 2014


작가는 규칙적으로 흩어진 꽃과 풀들 위에서 발견한 누군가의 기억을 캔버스에 편집하고 재구성하여, 기억

속에 잠식되어버린 사건의 형상과 단편적 기억을 새로이 피워낸다. 이러한 희미한 기억의 잔상들은 익숙한 듯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작품 속 새겨진 조각의 파편들이 모여 꽃이 피어나듯 행복을 맺는다.



사남 나라야난(Sanam Narayanan)_ Untitled

91.5 x 152.5cm, Watercolour and Pastel on rice paper over canvas, 2019


같은 장소와 시간 속에서도 개인은 모두 다른 기억을 갖기에 기억은 누구에게나 왜곡되고 변화된 채 존재한다. 이처럼 작가는 실존하는 풍경을 진짜의 영역에서 그리기보다 기억에 의존한 지형을 표현한다. 작가의 가볍고 밝은 화법은 작품 속 자연을 한층 맑고 조용한 공간으로 나타내며, 인간의 부재를 더욱 부각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잊어버린 ‘부재한 기억’과 잊지 않은 ‘존재의 기억’을 모두 담아낸다.



박선양 작가는 가족들의 옛날 사진을 바라보는 감정을 흐트러지는 꽃 무늬 사이로 새겨 놓았습니다. 전통 한국화 재료를 사용하여 그 느낌은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데요. 사실 이러한 시각적인 감성은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기억들은 누구든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정교하고 화려한 꽃잎은 피고 지는 한때의 기억들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형태로 보여지는 가족의 모습은 마치 어릴 적 예쁜 과자 상자에 추억의 산물들을 보관해 놓은 아련한 기억을 전해줍니다.

사남 나라야난의 작품은 물리적인 어떤 장소를 기억에 의지한 체 표현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어딘가로 가는 길’이 아닌 그 과정 전체에서 그가 스스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융합된 정신적인 여정으로 표현됩니다. 이 과정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았던 것,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기억해야 하는 것 등에 대해 다뤄집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다녀온 성묘길을 떠올려 봐도 좋을 것입니다. 갔다 오면서 나눈 이야기들, 우연히 눈에 들어온 풍경,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엮여 있는 그 길은 단순히 물리적 형태의 지도와 같은 길이 아닌 기억과 경험으로 가득한 감상의 여정이었을 것입니다.



이혜윤_ After all 1 / After all 2

64.5 x 53.5cm, 종이에 혼합매체 (Mixed media on paper), 2019 /

64.5 x 53.5cm, 종이에 혼합매체 (Mixed media on paper), 2019


작가는 삶과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의 흔적을 캔버스에 옮겨 담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느 생이나 끝이 있고, 무한한 듯 보이는 시간과 사랑의 유한성이 삶에 더 큰 의미와 가치를 가져다 준다는 진리를 상기

시킨다. 이처럼 작가는 ‘언제나, 항상, 여전한 것’의 소중함을 전하며, 유한과 무한의 양면성을 공존시키고 인생의 균형을 맞춘다.



비. 애쯔. 로깨스(Lokesh B.H.)_ Mathukathe (Conversation)

30.4 x 48.2 cm,Etching & Aquatint on somerset paper, 2018


인도의 전통공예와 건축에 관심이 있는 작가는 인도의 신화와 전통의 영역 안에서 작품의 내용을 구축해간다. 특히, 신화를 통해 현실과 환상을 공존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실존하는 공간에 대한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자신의 어머님께 받은 가르침대로 어린 아들을 양육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나 가족이 중심이 되는 이미지를 신화적으로 재해석한다.



이혜윤 작가는 한국화, 멀리 나가면 동양화라는 범주 안에 흰 종이와 묵, 그리고 필의 행태로 유지되어온 전통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 개인의 목표이자 주제인 삶과 죽음의 논제가 이렇게 흑과 백, 그어지고 번지는 일렁임 안으로 표현됩니다. 이는 그림 위에서 펼쳐지는 갈등관계를 삶의 태동과 연결 지었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이러한 연구는 인류 문명과 함께 늘 표현되어온 주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빛과 어둠, 양지와 음지, 하양과 검정, 그리고 살아있음과 죽음은 서로가 서로로 인하여 그 정체성을 부여 받게 되는 것입니다. 작가는 이것을 다시금 전통에 입각하여 표현함으로써 인류가 가진 큰 이야기를 그녀만의 형식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비.애쯔.로깨스 역시 전통성이란 부분에서 매우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인도는 기본적으로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며 문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많은 신화와 그에 따른 전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전해 내려와 많은 이야기와 또 그만큼 많은 이미지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작가의 작품들이 가진 도상들은 인도의 역사적인 지점과 동시에 신비주의적인 이미지 양쪽을 다 내포하여,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읽는 재미에 빠지게 됩니다. 그것은 확실히 탄탄하고 전통성을 가진 문화의 장점일 것입니다.



두르바지드 샬마(Dhrubajit Sarma)_ Variables transpiring

44.9 x 54.8 cm, Woodcut on rice paper and gamosa fabric, 2018


작가는 인도 ‘Assam’ 지역에 거주하며, 작품 속에 이민자로서의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분리주의 운동을 통해 국가적 폭력에 대항하는 정치적 관점을 내재시킨다. 특히 아삼 지역의 직물과 쌀로 만든 종이를 작품의 재료로 선택하여 지역적인 특색과 고유의 문화를 고스란히 표현하며, 예술을 사회 정치적 충돌을 중재하는 매개물로 사용한다.



두르바지드 샬마의 경우 쉽지 않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인도 아삼지역과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본문에서 설명하기는 다소 어렵지만 인도는 역사적으로 각자의 문화와 왕권을 가진 국가들이 오랜 시간 여러 풍파를 거치며, 또 영국의 식민지 시기로 인하여 자주적이기보다 제도적으로 묶여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남한과 북한이 분리되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쉬울 것입니다. 본디 광활한 대륙이면서 또 다양한 문화, 그리고 힌두교와 이슬람이라는 큰 범주의 종교가 갈등을 가지기도 하면서 인도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세력들을 가지게 됩니다. 아삼 지역의 분리주의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볼 수 있으며 지금도 인도 사회 내에 심각한 상황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러한 아삼지역의 이야기를, 지역의 특산품 등으로 표현하여 현상의 정체성을 거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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